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진작에 자청했어야!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재캐나다 은퇴 회계사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재캐나다 은퇴 회계사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대해 감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거가 실시되기 이전에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선거에 관련된, 특히 4.15총선과 관련된 국민적 의혹을 규명할 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감사원의 이 감사계획에 대하여 선관위가 자기들은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아니라며 감사를 못 받겠다는 입장인 모양이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며, 외부감사를 받게 되면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은 이미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자체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합당한 주장이 못 된다.

첫째, 선거관리는 기본적으로 입법행위도 사법행위도 아닌 행정(administration) 행위이다. 그래서 자유당 시절에는 선관위가 내무부 소관이었다. 그러던 것을 행정부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하여, 다시 말하면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하여 '헌법에 설치근거를 둔' 헌법기관으로 변경했을 뿐이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 규정된 조직과 직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선관위는 기능상 명백한 행정기관이다. 감사원법 (제24조3항)이 선관위를 '피감대상에서 제외한 기관'에 포함하지 않은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헌법기관이라는 위상만으로는 감사원의 감사대상에서 제외될 충분조건이 아니 된다는 말이다.

둘째, 외부감사를 받으면 독립성이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말은, 감사(audit)의 기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하는 소리다. 감사란 한마디로 관리자와 그가 관리한 바의 무결성(integrity)에 대해서 제3자가 검사(examination)를 통해 증명해 주는(attest) 일이다. 또한, 선거에 있어서 무결성이란 공정성과 투명성은 물론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로움 즉, 독립성을 포함하는 말이다. 따라서 선관위를 감사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점검 사항의 하나가 선관위의 독립성 여부이다.

이를테면 감사원 감사는 선관위의 독립성을 증명해 주는 동시에, 앞으로 그 누구도 그 독립성을 침해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세지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선관위는 자신의 독립성을 입증하는 차원에서라도 그리고 그 독립성을 침해하지 말라는 경고의 차원에서라도, 오히려 감사원 감사를 진작에 자청했어야 한다. 그리하여 작금의 각종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했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자체감사를 하기 때문에 구태여 외부감사인 감사원 감사가 필요 없다는 말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이 없다. 내부감사인 자체감사는 나름대로의 특유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부감사는 우선 객관성에 있어서 신뢰도가 다르다. 특히 감사원 감사의 경우 회계감사는 물론 직무감찰(inspection)을 포함하는 만큼 검사의 밀도와 판단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요컨대 국민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보다 객관적이며 보다 엄격한 외부감사인 감사원 감사인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의 실무와 관련하여 사전에 감사의 범위(scope)와 한계(extent)를 정해야 한다. 예컨대, 회계감사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직무감찰을 포함할 것인지, 6.9대선(2022)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4.15총선(2020)을 포함할 것인지를 우선 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투,개표 부분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부터 개표 후 선거쟁송까지의 전 과정을 망라할 것인지, 그리고 후보자의 당락과 직접 관련된 변칙, 위법 및 불법 사항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선거 시스템상의 불법 사항까지를 포함할 것인지의 여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선거 시스템상의 불법 사항'이라 함은 예컨대 투표 시 선거인의 신원을 파악할 때 QR코드를 사용함으로써 기인하는 비밀투표원칙 위반 또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의 의혹 등, '후보자의 당락과 직접 관련된 사항이 아닌' 사항을 말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6·9대선과 관련해서는 소위 '소쿠리투표'로 상징되는 투표관리 부분을 직무감찰 하는 것으로 가름하되, 4.15총선과 관련해서는 투표 전에서부터 개표 후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직무감찰을 회계감사와 함께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후보자의 당락과 직접 관련된 사항 이외의 '선거 시스템상의 불법 사항'도 당연히 감사에 포함해야 한다.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의 무결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선관위가 자체감사를 했다고 하니 이를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면 사실상 예비조사를 마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선거소송과 재검표 과정에서 이미 문제점 내지 의혹 점이 각종 증거와 함께 쟁점화되어 있어서 구체적 감사 및 감찰 사항도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요컨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바로 착수하면 될 일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총 253개 선거구 중 139개 선거구에서 선거소송이 제기된(계류 중인 것만 126건) 사상 초유의 국민의 의혹 사안이자, 소송이 제기된 지 2년이 넘은 미제 사안이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감사를 못 받겠다고 했지만, 그냥 해본 소리일 것이다. 결코, 버틸 일이 못 된다. 오는 7월 28일, 4.15총선 관련 선거소송에 대한 첫 선고 공판이 열린다고 하니 이를 감사 착수의 계기로 삼으면 될 것이다.

의회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선관위와 선거의 무결성만큼 중요한 사안은 없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권한을 그들의 대표들에게 위임하는 행위가 곧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 위임행위가 만약 위법과 불법으로 잘못되었다면, 그래서 결과적으로 의회 권력이 잘못 행사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4.15총선으로 구성된 국회가 입법한 법률이 전반기에만 3,571건에 달한다고 한다. 만약 이 국회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가 아니라면 어찌 되는가? 만약 선거에서 발생한 변칙들이 단순한 관리부실이나 경미한 위법이 아니라 사전기획된 불법(범죄)행위라면, 그리고 그 불법행위가 행여 외부의 불온세력의 개입에 의해 자행되었다면 대한민국은 국민주권 국가라고 할 수가 없다! 이번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필경 검찰수사로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전면 재선거 요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이 이렇게 전개되면 가히 '선거사변'을 겪게 되는 셈이다. 감사원의 책무가 어느 때 그 무엇보다도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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