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 선거의 유·무효를 가르는 기준은 선거의 무결성 여부 -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선거의 유·무효를 가르는 '대법원의 기준'은, '선관위의 기준'과 달리 단순히 선거에 관련한 규정의 위반으로 말미암아 선거결과 즉, 누가 몇 표를 더 받고 누가 덜 받고에 영향을 주었느냐가 아니다. 판결문에 적시된 대로, 그로 말미암아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이다. 달리 풀이하자면, 헌법 제41조에 명시된 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거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데 있어 '선거의 무결성(electoral integrity)'이 현저히 훼손된 경우이다.

선거의 무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거시스템의 무결성 즉, 선거절차를 규정하는 법률과 규칙이 타당해야 하고, 투.개표를 실행하는데 사용되는 선거장비 및 프로그램(software)의 신뢰성과 보안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먼저, 선거절차를 규정하는 법률과 규칙은 원래의 헌법적 취지 즉,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정한 관리를 위해서'라는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그래서 헌법 제114(6)조는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단 정해놓은 규정(rule)은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며,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해야 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이 사인을 찍게 돼 있는 것을 소위 '인쇄날인'으로 가름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한 것은, 투표용지의 진본성 확인을 위해서라는 본래의 법 취지에 위배되는 타당치 않은 일이다. 당일투표에서는 투표용지를 투표용지의 일련번호 부분을 떼고 선거인에게 교부하면서, 사전투표에서는 동 일련번호가 숨겨져 있는 QR코드 부분을 떼지 아니하고 교부하도록 한 것은 규정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은 예이다.

또한, 사전투표용지에 '막대모양의 기호'인 Bar코드를 사용하라고 법 조문에 괄호까지 동원하여 명시했건만 굳이 QR코드를 사용한 것은, 명확하게 만들어 놓은 법 조문을 막무가내 자의적으로 해석한 예이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이런 '멀쩡한 법에 손을 댄' 행위를 정당화 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선관위를 위해 구속력 있는 판례(judicial precedents)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일련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합법화 작업이 대법원의 비호 하에 체계적으로 자행되어 온 셈이다! 선거의 무결성을 현저히 훼손한 이런 손댐(tampering)과 관련하여 왜 그리 해야만 했는지에 대하여 재판부는 응당 선관위에 물었어야 하며, <선거무효의 사유>가 될 그 위헌성에 대해 반드시 판단을 했어야 한다. 왜 그리 하지 않았나?

- QR코드를 이용한 비밀선거 위반, 이것만으로도 선거무효의 충분 사유! -

한편, 투.개표를 실행하는데 사용되는 장비, 그 중에서도 특히 전산장비는 중앙서버처럼

투.개표 현장 밖에 소재한 것은 물론 현장 안에 소재한 것이라 할지라도 속성상 그 작동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무하다. 운영프로그램(software)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이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은 일단 신뢰하기가 어렵고 보안이 우려된다는 말과 같다.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에서 신속하고 편리한 전자시스템을 마다하고, 보통 사람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보안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즉, '보통선거'의 취지에 맞는 종이투표와 현장수개표를 고수하는 까닭이 이 때문이다.

딱 한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용지에 QR코드로 입힌 일련번호는 선거인의 인적사항에 대한 암호이며 그 암호를 풀 열쇠는 중앙서버가 갖고 있다. 투표용지에서 이 QR코드 부분을 떼지 아니하고 선거인에게 교부하여 기표를 하게 함으로서, 개표 시 동 투표지가 전자개표기(일명 "투표지분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련번호와 기표내용이 인식되어 중앙서버에 전달.저장되는 것이 현행 시스템이다. 따라서 중앙서버를 통제하는 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동 인적사항과 기표내용을 결합하여 소위 빅데이타(big data)로 활용할 수가 있다. 말하자면 QR코드가 사실상 사찰코드로 정체가 바뀌는 셈이다!

이렇듯 암호화된 코드를 이용하여 '비밀선거'의 보안이 우려되는 시스템을 선관위가 굳이 고집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이렇듯 선거의 무결성을 훼손할 여지가 다분한, 따라서 충분히 <선거무효의 사유>가 될 이런 전산시스템에 대하여 재판부는 왜 변변한 검증도 하지 않고 그 '위헌성'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는가?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선거의 무결성을 담보하기 위한 빼놓을 수 없는 요건 중 다른 하나는, 선거시스템을 관리.운용하는 선관위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언필칭 '독립적인 헌법기구'라고 하지만, 선관위 위원에 대한 임명권이 사실상 대통령 또는 대통령 영향권 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조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 중앙선관위원장 직을 현직 대법관이 맡고 지역선관위원장 직을 현직 부장판사들이 맡는 실정이니, 지금과 같이 선거소송이 제기되면 피고(선관위원장)의 동료가 곧 담당판사(대법관)가 되는 넌센스(conflict of interests)가 연출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피고와 판사가 한통속이 될 수 밖에 없는, 선거의 무결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도록 제도가 정착돼 있는 셈이다.

이번 판결은 형식에 있어서나 실제에 있어서나 공히, 대법원에 의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선관위를 위한, 선관위에 의한, 선관위의' 판결이나 다름이 없다. 선거도 무효지만 판결 또한 무효인 이유이다. 법치(法治) 즉,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법치(法恥) 즉, 법의지배가 치욕을 당한 일(shame to 'rule of law')이다.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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