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세상일 수록 현실 직시가 먼저이다"

▲조맹기 박사
▲조맹기 박사 / 前 서강대학교 교수

돌팔이 들이 여기저기 설친다. 전문가 사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전문가는 직분이 우선이고, 그리고 직위와 의무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직분을 가진 당사자는 역할 수행은 물론이고, 이에 걸맞은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돌팔이 집합체이고, 현시국은 값싼 ‘선민의식’이 만들어낸 참사이다. 경치에는 어느 때보다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국민들은 큰 기대보다, 현실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낮은 일상의 삶에서 지혜를 얻을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 천방지축으로 뛴다고 국민들까지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 그게 ‘민주공화주의’ 주인인 국민이 가져야할 기본자세이다.

청와대가 ‘선민의식’을 주도한다. 신들린 사람들인지 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선이 1백일 남았는데, 여야 후보라고 내 놓은 인사들이 文 씨와 같이 놀던 인사들이이다. ‘촛불’, ‘적폐’ 정산에 앞장섰고, 그 정당성을 부여한 인사들이다. 文 씨의 손에 놀아난 인사라는 소리이다. 그들 행보가 우려스럽다.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할 법조가 ‘돌팔이들’로 가득하다. 권력의 견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 여당 야당 가릴 것이 없다. 동아일보 사설(2021.11.29), 〈박영수 권순일 곽상도 소환, 檢 ‘50억 클럽’ 끝까지 파헤쳐라〉, “‘대장동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그제 권순일 전 대법관과 곽상도 전 의원을 소환했다. 전날엔 박영수 전 특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모두 화천대유로부터 금품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지목된 ‘50억 클럽’에 포함돼 있는 인물들이다. 검찰이 9월 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선 지 약 두 달 만에야 이들이 처음 조사를 받은 것이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화천대유 로비의 핵심으로 꼽혔다. 권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취지 의견을 냈고,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를 맡으면서 월 1500만 원을 받아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 본인은 2016년 약 8개월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고, 딸은 이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천대유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곽 전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를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았고 법원은 이 돈이 화천대유의 법적 분쟁 등을 도와주는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검찰이 이들에 대해 수사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서만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을 뿐이다. 권 전 대법관, 박 전 특검과 관련해서는 압수수색조차 진행하지 않아 지금까지 수사에 별 진척이 없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김만배 씨 등 지금까지 기소된 대장동 개발 관련자들의 공소장에도 이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대법원이 전혀 권력을 감시하지 못했다. 조선일보 사설(11.29), 〈검찰이 대법원 출신 권순일을 봐주기 수사를 한다.〉, “검찰이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지난 주말 소환 조사했다. 권 전 대법관이 고발당한 지 60여 일이 지나서야 처음 조사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취재진 수가 가장 적은 토요일 오후 검찰청에 들어왔다가 일요일 새벽 빠져나갔다. 불구속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보통 이용하는 검찰청 현관이 아닌 지하 통로나 별관으로 드나들며 언론을 따돌렸다고 한다. 거물급 피의자를 이런 식으로 몰래 소환하는 것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다.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직결된 것이다. 이 후보는 2020년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만약 유죄가 됐다면 이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물러나야 했고 이번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당시 재판에 권 전 대법관은 최고 선임 대법관으로 참여했고 무죄 결론이 나오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과 검찰은 한 통속이다. 중앙일보 김민중·박현주 기자(11.29), 〈공수처는 다른가? 영장 취소당한 공수처…압수수색 때마다 잡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손대는 사건마다 논란을 빚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찬년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판사는 지난 26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불복해 제기한 준항고를 인용해 영장을 취소했다. 지난 9월 11, 13일 김 의원 사무실과 부속실을 대상으로 진행한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했다는 이유에서다. 압수수색 대상자인 김 의원이 사무실에 없는 사이 영장 제시나 일시 통지 등을 하지 않고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집행해 적법한 압수수색 절차를 위반했다는 취지다....공수처는 앞서 지난 26일에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대검찰청 정보통신과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허위 내용으로 영장을 발부받고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 수사팀에 있다가 이 고검장 기소 두 달 전 원래 부서로 복귀한 검사 2명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켜 ‘허위 내용으로 영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중 한 명인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1부장은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준항고를 검토중이며 이를 위해 공수처를 대상으로 열람·등사 신청 및 정보공개 청구를 할 예정이다.‘”

법조 돌팔이들이 설치니, 권력의 견제가 되지 않는다. 역할 기대는 접어야 할 판이다. 사회 윤리가 땅에 떨어질 전망이다. 동아일보 사설(11.29), 〈“무식 무능 무당” 대 “무법 무정 무치” 이번 대선 현주소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무식(無識) 무능(無能) 무당의 ‘3무’는 죄악‘이라고 했다. 윤 후보 측은 ’3무의 원조는 이 후보였다. 무법(無法) 무정(無情) 무치(無恥)‘라고 받아쳤다. 선거판에 으레 등장하는 프레임 씌우기의 일환이지만 서로 상대방의 공격을 받을 만한 근거나 빌미를 제공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국가 책임자가 국정을 모르는 것은 범죄‘라며 ’다른 사람 불러다가 시키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검사 경력 외엔 다른 국정 경험이 적은 윤 후보가 최고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앉히고 대통령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나라의 미래를 무당한테 물으면 되겠느냐‘고 했다.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 등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 윤 후보 측은 ‘이 후보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무법’을 주장했다. 또 ‘희생 가족에 단 하나의 공감 능력이라도 있었다면 2심까지 심신미약을 외치며 감형에 올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카의 살인죄 변호를 부각시켰다. ‘원주민 피눈물 흘리게 한 대장동엔 단군 이래 최대 공공이익 환수라고 하고, 약자를 짓밟은 조폭 변론에는 조폭인지 몰랐다 한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현실을 무시하고, 이념과 코드로 ‘선민의식’을 작동시키면서 일어난 일이다. 역사도 자기 입맛에 맞게 고른다. 내편은 전한 존재이고, 네편은 악의 존재, 즉 귀태(鬼胎)이다. 현실 직시는 역사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돌팔이 세상일 수록 현실 직시가 먼저이다. 동아일보 허동준 기자(11.2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앞줄 왼쪽)가 28일 광주 광산구 송정 5일 시장을 방문해 “이재명”을 연호하는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최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며 광주 민심 잡기를 이어갔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왜곡, 조작,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에 대한 단죄법’을 제정하겠다.‘...28일 광주로 이동한 이 후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피신시키고 구호활동을 했던 광주 남구 양림교회를 가장 먼저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 범죄,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서 반드시, 영원히 진상 규명하고 책임 배상한다는 대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가 전날 남편의 재임 중 과오를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재임 중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는데, 재임 전의 일에 대해선 ‘미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또 한 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요즘 세계인들이 즐기는 넷플릭스 ‘지옥’ 내용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자기의 이념과 코드로 선악을 구분한다. 돌팔이들이 세상이 된 것이다.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11.29), 〈낙원 꿈꾸는 이상주의 정치, 지옥을 부른다.〉, “대낮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지옥의 사자. 무참히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지옥으로 끌고 간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빠진 시민들에게 신흥 종교단체 지도자가 전하는 신(神)의 메시지. ‘너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신의 메시지였을까, 아니면 신을 가장한 이 단체 지도자의 목소리였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모티브지만, 중·근세 역사를 돌아보면 신의 메시지를 ‘독점’한 자들이 되레 지옥을 펼친 사례는 많다. ‘신이 그것을 바란다’는 교황의 선동으로 시작돼 200년 동안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참화를 불러온 십자군 전쟁이 그랬고, 중세의 종교재판과 근세까지 이어진 마녀재판이 그랬다. 신의 대리인을 자처한 그들은 지상에 신국(神國)을 세운다며 지옥을 펼친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는 그런 신의 메시지가 신처럼 군림한 독재자의 이상주의(理想主義) 통치 형태로 나타났다. 독일의 유럽 정복을 꿈꾸다 결국 독일은 물론 세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은 히틀러의 ‘게르만 우월주의’, 빈자도 부자도 없는 평등사회를 지향했으나 종국에 빈곤과 공포만 남아 망한 구(舊)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 ‘문화(文化)’를 앞세웠지만 야만적인 사형(私刑)과 숙청, 권력투쟁만 남긴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정치에서 이상주의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이기심이라는 인간 본성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기심과 공동체의 이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정치다.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한다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그게 바로 독재다.(사회 내 역할과 역할 기대가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20세기 들어 그런 이상주의 정치 실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실패한 이상주의의 망령이 세계 10위권 이상 선진국 가운데는 유일하게 이 나라의 하늘을 배회하고 있다. 혁명이 아닌 촛불시위를 끝까지 ‘촛불혁명’이라고 우긴 문재인 정권이 그 망령을 불러들였다.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혁명을 내세운 이유는 자명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류의 이상주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현실의 기반을 갈아엎을 명분이 필요했던 거다.

허나, 이제 우리는 모두 안다. 문 정부의 이상주의 국정(國政)이 거의 다 실패로 끝났고, 아름다웠던 대통령 취임사의 약속들은 공수표였음을.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무지한 운동권 집권세력이 워낙 무능하기도 했지만, ‘북-미 중재자론’을 필두로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 제로 등 그들이 내건 이상주의 정책이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탓도 컸다.“

저작권자 © 안동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