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이경복(국제구국연대 대변인)

이른바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말을 잘 해야 한다. 예컨대 기자, 변호사,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까지도 그런 직업군에 속할 것이다. '말을 잘 한다'고 하면 흔히 말을 재주있게 하는 것으로 알지만, 그에 앞서 '말 거리'를 잘 택하고 그것을 '제 때에' 하는 것이 필수다.

대통령님은 왜 말이 없나?

선관위의 투개표조작 의혹은 어제 오늘에 있어 온 일이 아니다. 해외동포 문외한인 필자가 알게 된 것도, 지난 2020년 4.15총선이 있은 직후 부터다. 그간 130여개에 달하는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되었고, 눈 비 오는 거리에서 그 숱한 사람들이 외쳐댔으면,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로서는 충분히 좋은 말 거리가 되었으련만,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그리고 줄곧 입을 다물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먹고 살기가 힘들어 '돈 되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백보 양보해서 그들은 그래서 그렇다 치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기본 책무인 검찰과, 그 검찰의 수장 출신으로 능력이 인정되어 마침내 대통령이 되신 우리 대통령님은 왜 말이 없나? 어찌하여 일언반구 단 한마디 언급이 없을까? 피켓을 들어도 못 본 척, 확성기를 틀어도 못 들은 척, 삭발을 해도 소용이 없고, 단식을 해도 꿈쩍이 없다. 시끄러워서라도 한번 "알아나 보라"고 할 텐데, 필시 함구를 작심한 것 같다. 그 작심, 참 대단하시다!

총선이나 이기고 보자고?

혹자는 이르기를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그걸 모를 리가 있겠느냐?"며, 말 못할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테니 "일단 총선이나 이기고 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여 하는 말이 "또 다시 국회를 저 종북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한다. 물론이다. 세상 없어도 저들에게 다시금 국회를 넘겨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선거의 승패를 판가름 할 결정적 요소인 투개표 조작문제를 일단 접어 두자고? 이 자가 진정 총선을 이기자는 건가, 져 주자는 건가?

이는 마치 물병을 앞에 놓고, "목이 타 물을 마셔야 하니, 마개를 여는 일일랑 일단 마시고 나서 보자"는 식이다. 도대체 이런 비논리적 사고가 어떻게 가능할까? 마개를 열어야 물이 나오고, 물이 나와야 마실 게 아닌가?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얼빠진 식자들이 비단 혹자 하나 뿐이 아니라 다수라는 점이다.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더니, 이처럼 다수가 집단최면에 걸리면 결국 도둑을 맞는 수 밖에 없다!

그럴만한 사정? 그게 뭔데?

그나 저나 대통령에게 말 못할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니 그게 무얼까?

추측컨대, 진작에 해결했어야 할 것을 그만 '제 때(timing)'를 놓쳐버렸다는 그런 뜻일 것이다. 일찌기 검찰총장 재직 시에 수사를 했거나, 대통령후보 시절에 주창을 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대통령이 된 집권 초기에 메스를 가했어야 하지, 저들 가짜들이 임기 다 채운 지금 거론을 해 봤자 되레 본인을 당선시킨 대선(大選)이나 무효화 하자고 덤빌 것이 아닌가? 그랬다간 자칫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찧는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어서 추측컨대는, 이렇게 사람들이 땅을 치고 발을 굴러도 한사코 함구하고 있는 주된 까닭은, 진작 했어야 할 일을 제때에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또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추궁'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안 한 건지 아니면 못 한 건지, 안 했으면 왜 안 했으며, 못 했으면 왜 못 했는지에 대한 추궁이다. 이것이 지금 '직무유기'를 할 수 밖에 없는 - 나아가 '범죄적 과실(criminal negligence)'로 간주될 수도 있는-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겠는가? 이는 물론 도무지 달리 이해할 길이 없어 해 본 추리일 뿐이다. 지나친 추리일까?

하여튼 운명의 날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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