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우리는, 모이나 쫓는 '털 뽑힌 닭'이 아니다!

지폐와 투표지는 공히 정부가 그 진본성을 보증하는, 따라서 엄격한 무결성(無缺性)이 요구되는 종이이다. 다만 지폐는 교환의 수단 즉, 물건과 교환할 수가 있는 이를테면 '값나가는' 종이인 반면 투표지는 그러지 못하다. 그러나 값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값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invaluable)' 것으로서, 성질상 지폐보다도 더 엄격한 무결성을 갖춰야 옳다. 

어쩌다 투표지가 이런 신세가 됐나?

한 때는 투표지가 고무신 한 켤레와 교환된 적이 있었다. 짚신을 신던 까마득한 시절의 일이다. 이런 유래 때문일까, 선관위가 투표지 알기를 무슨 헌 고무신 짝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일장기에 묻어도 좋고 배춧잎에 물들어도 괜찮으며, 심지어는 '두표지'도 오케이라고 한다. 도장(圖章)을 (훔쳐서 찍는) '盜章'으로 알고, (도장을 누르라는) '捺印'을 (인쇄로 날조해도 좋다는) '捏印'으로 가름하기도 한다. 쑤셔 넣기도 하고 내다 버리기도 한다. 무결성을 담보해야 할 '신성한 한 표'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투표지 취급을 그리 하는 것은 투표자인 국민을 그리 취급하는 것과 매 한가지일 터,  그러면서도 저들은 아무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뻔뻔 무치요, 뻣뻣 당당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것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다 안다. 민주주의란 국민 즉, 구체적으로는 투표자가 주인인 시스템이다. 나라의 주인인 투표자를 이처럼 헌 고무신 취급을 하는 저들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걸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대법원이 그 뒷배이다. 선거무효 소송에서, "어느 누가 그런 표시나는 짓을 했겠느냐?"며, "만약 그렇다면 그 범인이 누군지 특정해 보라"면서, "그러지 못할진대 범행 즉, 투표지 위조는 없다고 본다"라는 식의 기각 결정을 하는 자들이다. 이는 마치 위조지폐를 신고했더니, "어느 누가 그런 무모한 짓을 했겠느냐"며 "만약 그렇다면 그 범인이 누군지 특정해 보라"면서, "그러지 못할진대 범행 즉, 지폐 위조는 없다고 본다"라고 하는 경우와 같다. 이런 식으로 뒷배가 되어 주는 것이 작금의 대법원이다! 

뒷배가 대법원만이 아닌 것 같다!

기이한 점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선관위와 대법원의 행태가 '공정과 법치'를 내세우고 집권한 현 정권 하에서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숱한 사람들이 땅을 치고 발을 구르며 조르건만, 정부와 여당 공히 돌부처처럼 미소만 짓고있을 뿐이다.

그나마 엊그제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이번 4.10총선에서는 '법대로 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이 사인(私印)날인을 해야 한다'고 해서 뉴스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여지껏 자행되어 온 선거부정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긋고, 사실상 선거부정에 항의해 온 우리 모두를 '음모론자'로 규정지었다. 겉으로는 '투표관리관 사인날인'이 주제인 듯 하지만, 내 보기엔 저 말도 안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지지 선언이요, 선관위 불법행위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다. 나아가, 본관이 이런다고 행여 기죽지 말라는 선관위를 향한 격려 신호일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추정이 무리가 아니라면, 이른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의심인가? 정부와 여당 역시 저들 선관위 및 대법원과 사실상 한통속이거나, 심지어는 부정선거의 수혜자이자 기획자로 지목되는 야당과도 일정 부분 이해를 공유하는 특수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선관위가 저토록 뻣뻣 당당한 까닭이 바로 이런 뒷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정녕 의심해서는 아니 될 불길한 의심인 것이다.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는 '털 뽑힌 닭'이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원했던 '투표관리관 사인날인'이 비대위원장 덕분에 해결될 것 같다고 감지덕지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전선거 문제점의 전부가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도 그간 4년여 동안 눈·비 맞으며 외쳐댔던 '4.15선거부정 척결' 요구는 그럼 어떻게 되나? 그냥 없었던 일로 해야 하나? '꼬집어 놓고 비스켓'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부득이할지라도, 그토록 부당한 일을 당하고서 비스켓 하나에 아무 일 없었던 일로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하루는 스탈린이 닭 한 마리를 가져오게 해서 산채로 털을 다 뽑아버린 다음 놓아 주었다. 놀라운 것은 이 때 털을 뽑힌 닭이 도망을 가지 않고 멍하니 서있다가, 스탈린이 모이를 주었더니 그 닭이 스탈린만 졸졸 따라다니더라는 것이다. 그 때 스탈린이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인민은 이렇게 다루어야 한다"고..!

우리는, 이런 모이나 쫓는 '털 뽑힌 닭'이 아니다!

2024. 2. 20

이경복 국제구국연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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