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대(對)선관위 경고, 그냥 서너 마디만 하면 된다!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만일 부정선거를 획책한다면 이 땅에서 살 수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22년 3월 4일 포항 유세에서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가 한 말이다. 이어서 3월 6일 서울 중구 유세에서는, 4.15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하여 "정권이 바뀌면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도 했다. 그를 따르던 유권자들이 크게 환호한 것은 물론이다.

그냥 해 본 소린가?

옛날 중국에 한 재상이 취임하자마자 "남문에 있는 비석을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상금 백량을 주겠다"는 황당한 방(榜)을 붙이도록 했다. 이를 본 백성들이 모두 "별 또라이가 다 있네"라며 시큰둥 했는데, 한 사람이 밑지는 셈 치고 그대로 했더니 정말 백량을 주었다고 한다. 그 뒤로 백성들이 이 재상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믿고 잘 따라준 덕분에 명재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런 황당한, 정당성이 없는 포상 공고는 '직권남용'으로서, 용인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도자가 령(令)을 세우려면 무엇보다도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한번쯤 곱씹어 볼만한 일화이다. 윤대통령이 취임한지 머지 않아 2년이 다가온다. 대선 당시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를 지키지 아니한 또는 지키지 못한 까닭이 무엇인지, 이 날 이때껏 단 한번 입 뻥긋을 한 적이 없다. 그 때는 선거 때여서, '그냥 해 본 소리'였나?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지킬 수 없다면 사정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뭉개버리는 식이면, 향후 그가 아무리 절박한 사정을 토로해도 믿어주지 않고 아무리 엄중한 지시를 내려도 진지하게 받아줄 리가 없다. 불행한 지도자가 되는 첩경이다.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다!

더구나 부정선거 의혹이란 그것이 설사 '의혹'에 불과할지라도 엄히 조사해야 할 일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안이한 사안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엄중한 사안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안위(安危)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한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가 아닐 수 없다.

한편, 대통령이란 직분은 여느 지도자와 달리 국가의 보위를 책임지는 지도자다. 따라서 체제 안위에 관한 즉, 국가 보위와 직결된 사안임을 잘 알면서 이를 묵과한다면, 이른바 '국가를 보위할 의지가 없는' 경우 또는 '형사상 과실(criminal negligence)'을 범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를테면, 익사할 지도 모를 위험을 잘 알면서 어린애를 물가에 내버려 두는 경우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찮아도 이번 총선은 '체제전쟁'이라고 한다. 상대가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이판사판 세력이 아닌가? 이런 상대라면 죽자 사자 하지 못할 짓이 없을 것인 즉, 설사 총선에 패배할지라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패배의 원인을 되레 부정선거로 몰고, 위에 언급한 대로 '국가를 보위할 의지가 없다'느니 또는 '형사상 과실'을 물어 국정을 발목잡을 것이 뻔해 보인다. 괜한 기우(杞憂)일까?

더 이상 실기(失機)하면 안 된다!

최근 여당의 비대위원장(한동훈)은 "부정선거의 증거가 확실히 나온 게 없기 때문에, 부정선거에 관한 음모론이나 이런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말로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모르나, 부정선거 피해의 직접 당사자의 '공식적' 인식이 여전히 이러하다!

언필칭 '국민의 힘'이라지만 실인 즉 국민을 봉(鳳)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그래서 '국민의 짐'으로 밖에 일컬을 수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도리가 없는 참으로 딱한 존재다.

그나마 소위 '인쇄날인'과 관련하여 두 차례 선관위에 촉구를 했다니, 오는 4.10총선을 위해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것도 정말 '진심'이라면, 위원장 1인의 원론적 멘트(comment)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전당적인 무브멘트(movement)로 확산하여 선관위를 압박해야 옳다. 그래야 그 발언의 진정성에 믿음이 가지 않겠는가?

차제에 대통령에게 건의하고자 한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그냥 말 서너 마디만 하면 된다. "법대로 하라" "원칙대로 하라" "상식적으로 하라", 그리고 "한 점 의혹없이 해야 한다"는 경고성 주문 한 마디면 족할 것이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이 알아서 살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직무유기 혐의를 대체로 속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대통령은 더 이상 실기(失期)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2024. 2. 15

이경복 국제구국연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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