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이경복 대변인(국제구국연대 Save Korea Aliance International) / 캐나다 거주

이경복 국제구국연대 대변인

선거는, 주어진 정보에 의거하여 선거인이 선택을 결정하는 일 즉, 영어로 informed decision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째, 선거인이 결정을 함에 있어 그 바탕이 될 정보를 충분히 취득할 수 있도록 일정한 선거운동 ‘기간’을 두는 것이고 둘째, 선거인의 올바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 ‘공표’를 금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인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고! 

이런 전제를 감안할 때, 법으로 정한 선거운동 기간을 4, 5일간 단축하는 현행의 ‘사전투표’ 제도는 결과적으로 선거인이 informed decision을 하기 위한 ‘정보접근권’을 제한 또는 침해하는 일이다.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 사이에 선거인의 결정에 영향을 줄, 따라서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줄 어떤 일이 생길지 누가 아는가? 선거인의 편의를 위한다는 구실로, 정작 보호해야 할 선거인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제도이다.

사전투표가 끝난 뒤 피선거인(후보)이 후보직을 사퇴함으로서 사전투표에서 그에게 던진 투표지가 모두 사표(死票) 처리된, 2016년 총선 때 서울 은평갑에서 있었던 사례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사전선거야 말로 선거인의 ‘참정권’을 한갖 쓰레기로 내다버릴 수도 있는 불순하기 짝이 없는 장치인 것이다.

물론 사전투표는 누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거인이 자기가 당할지도 모를 이런 위험을 스스로 무릅쓰는 경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권리침해의 위험성이 다분한 일을 국가가 법률로 제도화하여 사실상 권장하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이다. 절대로 해서는 아니 될 범죄행위인 것이다!

어의상(語義上) 이미 무효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를 조기투표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사전투표와 조기투표는 서로 다르다. 조기(早期)는 ‘처음(始)’이란 개념인 반면, 사전(事前)은 ‘먼저(先 )’라는 개념이다. 다시말하면 조기투표는 ‘본투표의 일부’로서 다만 시간적으로 일찍(early) 행하는 투표인 반면, 사전투표는 본투표를 하기에 앞서 미리(pre-election) 해 보는 ‘별도의’ 시험적 또는 예비적 행위, 이를테면 본(本)고사에 앞서 미리 치러보는 모의(模擬)고사에 비유할 수 있다. 사전(事前) 즉, ‘일이 있기 전’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가 이러한 즉, 따라서 사전투표란 이처럼 어의상(語義上)으로 이미 ‘유효하지 않은’ 투표인 것이다. 

모의고사는 어디까지나 모의고사지 본고사가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설사 모의고사를 본고사와 동일하게 취급해 준다 치더라도, 그러려면 적어도 상호간에 모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컨대 본고사 문제는 논술형인데 모의고사 문제는 선다형이면 누가 그 둘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나? 본투표에서는 ‘직접’ 날인인데 사전투표에서는 ‘인쇄’ 날인, 이렇게 투표절차가 서로 다르고 투표용지 자체가 서로 다른데 어떻게 이 둘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나? 이래서도 사전투표는 절대 카운트(count)되어서는 안 될  원천무효인 것이다!

총선이 지척인데, 지난해 정교모가 제기한 사전선거 관련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이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헌재는 어서 판결을 서둘러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2024.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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