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공주’의 힘

▲조맹기 박사 / 前 서강대학교 교수
▲조맹기 박사 / 前 서강대학교 교수

 

3·9일 대선이 치러졌다. 두 달 반이 흐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본 골격이 나올 때가 되었다. 그러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데, ‘과시적 공론장’을 원하는 당선자와 그걸 받아 선전, 선동하는 언론이나, 핵심이 없어 보인다. 양정철 정치 이벤트가 계속되는 것인가?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가는데 대기업 투자하겠다고 말하면서 〈삼성 450조, 현대차 63조, 롯데-한화 37조 ‘미래 산업 투자’〉(동아일보, 2022.05.25)라고 말했지만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육성시키겠다는 기본 발상전환이 보이지 않는다.

‘수첩 공주의 힘’이 아쉬운 시점이다. 메모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 일관성이 결여되어, 정책은 불쑥불쑥 좋은 것만 계속 튀어 나온다. 이벤트는 성공할 수 있어도, 장기적 정책을 성공시키는 데는 문제가 있다.

‘검찰공화국’이 실현될 모양이다. 정치 검찰이란 원래 윗선을 보고 조사하고, 구속 시킬까 말까 결론만 따진다. 증거가 중요치 않다. 검찰의 담론은 하늘 같이 높다. 동아일보 유원모·신희철·전수영 기자(05.25), 〈법무장관 직속 ‘공직자 인사검증 조직’ 신설...野 ‘권한 남용’〉, 동아일보 사설(05.25), 〈실세 장관에 인사검증 권한까자- ‘공룡 법무부’ 현실화되나〉, 검수완박‘ 논의는 어떻게 된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05.25), 〈경찰 ’사건당 2만원‘ 기막힌 상황, 여기서 검수완박까지〉, 문재인 정권에 가장 문제가 많았던 것은 청와대, 다음이 국회 그리고 검찰, 법원이다. 권력기구가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그 개혁 방향이 나오지 않아, 사람은 바뀌었는데, 그 정치 광풍사회의 문화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국민 먹고 사는 문제는 물 건너간다.

국민은 4·15 사전 부정선거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속 사전선거를 독려한다. 선관위 조직도 바뀐 것이 없다. 그 후유증은 앞으로 4년이 간다. 설령 국민의힘이 압승을 해도, 그 문화는 풀뿌리 민주주의 회생시키지는 못한다. 계속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05.25), 〈끝나지 않은 대선…"견제 위해 1번" "새 정부 밀어주려 2번"〉, ““이번 선거요? 계양을과 경기도지사만 보면 되는 것 아닌가요?”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 출구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코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오는 27~28일 전국에서 사전투표가 실시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출마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민주당 김동연,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등이 맞붙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과반 의석 야당 민주당의 입지에도 두 선거가 미칠 영향이 클 전망이다.

지난 21일 오후 인천1호선 계산역 주변에는 선거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주말을 맞아 계양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의 지역구였던 이곳에 출마한 데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연고와 무관하게 일만 잘할 수 있으면 전 상관없어요. 경기도지사 할 때 보면 코로나 확산이 시작될 때도 그렇고 이 후보가 일 추진하는 게 빨라 부러웠어요. 좀 강하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떤 면에선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장 모(51·회사원)씨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장 씨는 지난 대선 때 이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아니 자기가 사는 곳에 안 나가고 왜 여기로 나왔데요? 성남에서 다 해 먹고 여기로 왔다고 주변에서들 그래요. 대선에서 진지 얼마나 됐다고…. 대선 때 ‘선거에서 지면 감옥 간다’고 말하더니 그래서 출마했다는 말들도 많이 합니다.” 좀 떨어진 벤치에서 쉬던 박 모(77)씨는 정반대로 이 후보의 출마를 비판했다.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는 그는 “국민의힘 후보인 윤형선씨에 대해 잘 모르지만, 새 정부가 성공하도록 밀어줘야 하니 무조건 2번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먹고 사는 문제도 그렇다. 중앙일보 김원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05.23), 〈대학·연구소는 혁신의 원천, 산업으로 이어져야〉,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그리고 용산보다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를 먼저 찾아 기술동맹을 외쳤다. 미·중 패권경쟁과 전 세계 지정학적 대변혁기의 한복판에서 변화된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이제 국제 정치경제와 국가안보의 핵심 변수는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즉 경제안보로 이동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세계는 정치동맹·경제동맹·안보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과학기술이 과거 냉전시대 때와 같이 다시 안보 자산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은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세계 경제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반도체가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무기로 작용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와 생산은 초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이며,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이 모두 집결되는 과학기술의 총아다.

이는 반도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양자기술이나 우주기술·인공지능(AI) 등 이른바 21세기 첨단산업은 대부분 그렇다. 바이든 정부의 과학기술 참모들은 이러한 인식을 깊이 갖고 있다. 이들은 작년 국립과학재단(NSF) 내에 70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기술혁신부서를 만들어 과학과 기술의 재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원래 과학과 기술이 통합적이었던 미국의 과학기술 전통은 글로벌리제이션 시대를 거치면서 따로 떨어졌다가, 재결합하는 대전환을 하고 있고, 동시에 안보적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이 국가안보를 결정할 수 있는 원천(原泉)으로써의 성격 때문이다.

SkyeDaily 사설(05.24), 〈정부는 산업계의 ‘허리’ 중견기업을 육성하라〉, “중견기업을 살려야 한다. 중소기업이 나무의 뿌리라면 중견기업은 줄기 같은 역할이기에 중견기업이 살아야만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 글로벌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육성이 시급한 일이다. 정부 정책과 자금 지원, 신업인력 공급 등에 우선적 순위를 둬야 한다. 중소기업이 새 성장 돌파구를 찾아 중견 및 대기업으로 발전,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토록 하는 게 긴요하다. 그러나 중견기업은 현실적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53%, 항공·드론 43%, 시스템반도체 38% 등 수출 비중을 감당하는 중견기업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70여개 새 규제가 기업을 옭아맨다. ‘피터팬 신드롬’ 곧 규모 키우기를 꺼리는 입장이다.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 및 기업 규모 위주의 정책 탓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등 각종 규제 대상이 되고 정책 지원 대상에서는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허리’ 중견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경제 기여도가 큰 데도 오히려 차별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어렵사리 성장하더라도 지위를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조달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부 업종 전문화 중견기업은 대체 시장이 없어 인력 감축과 기업 분할 등을 통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기 시장 형성 단계인 신산업 품목은 수출을 위해선 국내 시장에서 납품 실적이 필요한데 중견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해도 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수출하는 데 애로가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시적 공론장’ 좋아하다 문재인 청와대 꼴이 난다. 그들의 청와대를 보자. 바른사회시민회의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05.25), 『지금 왜 자유주의인가?』의 “자유 억압이 부른 ‘문재인 5년의 치명적 실패’-자유주의 정착의 디딤돌 돼야”에서 “4마리 토끼 모두 놓친 문재인 정부은 반환점을 돌 당시의 문재인 정부의 경제를 평가한 것이다. 한마디로 낙제점에 가깝다. 직전 정부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낮아졌고, 소득5분위 배율로 표시되는 소득분배는 악화됐고,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졌고 국가채무비율로 대표되는 재정건전성도 악화되었다. 4마리 토끼를 모두 잃은 셈이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의 한국경제의 민낯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가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를 방패삼았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포용적 성장’을 주창해 왔다. 신자유주의는 성장의 수혜가 소수에 그치고 다수가 배제되는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을유발 하지만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성장의 과실이 많은 사람에게 두루배분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주장은 있되 논거가 없다. 소득주도성장이 왜 ‘포용적 성장’이고 신자유주의가 왜 ‘배제적 성장’인지에 대한 논거가없다. 소득분배가 개선되려면 ‘시장에서 민간 기업에 의해’ 일자리가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하에서 기업은 ‘사면초가’에 둘러싸여있다. ‘반(反)기업정서, 거미줄 같은 규제, 다락같이 높은지금 왜 자유주의인가?- 21 -법인세율 그리고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진영논리에 갇혀 자본가와 기업가에게 족쇄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임금소득자들의 임금과 생활수준을 개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본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자본가와 기업가의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빈곤에 이르는 길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율 고른 3.2%, 소득 5분위 배율(배) 4.68〜4.72, 비정규직 비중 32.5〜32.9%, 국가채무 32.6〜36% 등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 메르스 사고, 세월호 사건 등을 거치면서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안정적 국정을 운영했고, 성과도 최고였다. 그는 장기전을 펼수 있는 지도자였다. 물론 그는 ‘과시적 공론장’의 정치색을 배제하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낸 것이다. 그게 다 ‘수첩공주’의 힘이다.

동아일보 김금희 객원논설위원 소설가(05.25), 〈메모의 습관〉, 윤석열 대통령은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에 너무 거친 것이 아닌가? “그동안 메모를 잘 하지 않은 건 작업에 있어 어떤 돌발성, 우연한 상상력의 전개, 불안정하고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 같은 것을 선호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단순히 메모하지 않는 것이 그런 소설적 지향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종의 기초 정도로는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방식을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역시 시간의 물리적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느끼며 분투하는 사람에 불과하니까. 변화하지 않으면 그보다 더 치명적인 불편을 얻을지도 몰랐다. 아예 쓸 것이 기억나지 않는 상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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