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문재인 2기?

▲조맹기 박사 / 前 서강대학교 교수
▲조맹기 박사 / 前 서강대학교 교수

 

일(직분)과 자리(직위)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물론 순위가 있다. 서구에는 일이 먼저고 자리가 나중이나, 동양권은 관행상 일은 설렁 설렁이고 자리에만 관심이 있다. 문재인 청와대는 이념과 코드로 자리 주기에 바빴다. 그는 끝까지 ‘알바기’에 윤석열 정부는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 윤 대통령은 자리 주기에 지극히 신경을 쓴다. 질병청장은 누구에, 청와대 비서관에는 검사출신에...등등 말이 많다. 그건 문재인 청와대에서 하는 짓이다. 그러나 말은 전혀 다르다. ‘협치’,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주문한다. 그런 정책은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일에 대한 방점이 가 있다. 말과 행동이 달라지면 문재인 2기라고 평가받을 받게 된다.

동아일보와 R&R 6·1 여론조사에서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에 국민의힘이 우세하고, 조선일보와 TV조선 조사결과 대전, 충남, 충북, 강원 등 4곳에 국민의힘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얼굴이 몰골이 되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서울 구청장 25개중 24개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전혀 다를 전망이다. 또 부정선거?...

국민 우습게 본 결과이다. 국회에서 법이라는 법은 전부 그들의 위한 행진이었다. 패스트트랙하고 통과시킨 공수처가 특권층 지위 보호의 법이었다. 조선일보 이정구 기자(05.17), 〈검사 13명이면 충분하다더니 공수처장, 1년 지나 인력 탓〉, 동아일보 김지현 정치부 차장(05.17), 〈민주당은 누구를 위해 ‘검수완박’을 외쳤나〉, 그 결과가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국민들은 문재인 청와대의 이념과 코드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념과 코드가 어떻게 작동한 것인가? 문화일보 사설(05.16), 〈비정규직 제로 요지경 거듭 보여준 인천공항 복직 판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공약 1호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하기 위해 찾은 인천공항공사가 지금껏 온갖 부작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비정규직 제로를 위해 다른 비정규직을 ‘부당해고’했다는 판결까지 나왔다. 지난해 말에는 비정규직 전환 과정의 혼란 책임을 경영자에게 뒤집어씌우다가 공항공사 사장이 2명이 되는 희한한 사태도 벌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 12일 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소방대 직원들에 대한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겉으로만 그럴싸한 이념적 구호가 현실에 적용되면서 온갖 혼란을 일으키자 이를 호도하려다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한 상징적 사례다. 비정규직 제로 요지경은 이쯤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직 비대와 인건비 폭등이 초래됐고 신규 채용의 여력은 대폭 줄어들었다. 인천공항을 포함해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역대 최대인 583조 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실제로 문 정부 5년 동안 비정규직 숫자는 640만 명(2016년 8월)에서 806만 명(2021년 8월)으로 폭증하고,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에서 38%가 됐다.“

국회도 부정선거를 해가면서 이념과 코드로 채워 넣었다. 그 사람들이 자유와 독립정신으로 일을 제대로 할 이유가 없었다. 먼 미래를 위한 법제정은 아예 그림의 떡이었다. 국회는 패스트트랙, 검수완박 등으로 난동을 부렸다. 그 사이 실제 경제 살리기 법은 실종된 것이다. 법은 그들을 위한 행진이 되었다. 국민과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그 법으로 오히려 피해를 봤다. 나라경제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교수(2022.05), “초불확실 시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확립이 필수다”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인 2018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규제혁신, 나 삶을 바꾸는 힘’이라는 캐치플레이즈를 내결고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3년뒤에는 신산업 규제혁신의 패러다임을 ‘선 허용, 후 규제’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로 규제샌드박스로 소개하면서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선과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런데 규제샌드박스를 제도화하기 위한 ‘규제샌드박스5법’은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었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규제법안 발의가 폭증했다고 한다. 말로는 규제를 풀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규제가 늘어 있으니 시장과 기업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런 21대 국회이다. 그들은 박근혜 정부 때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개 개혁에 반기를 들고, 박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을 섰던 586 운동권 세력들이다. 그들에게 윤석열 정부는 다시 화두를 꺼낸다. 조선일보 사설(05.17), 〈“더는 못 미뤄” 연금·노동·교육개혁에 尹 정부와 여야 명운 걸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새 정부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세 가지 개혁이)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전임 정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국정을 끝내고 ‘도약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내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세 가지야말로 가장 중대하고 시급하지만 역대 정권이 ‘폭탄 돌리기’ 하듯 미뤄온 최대의 국가 현안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노동 시장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규직만 과보호하는 노동 제도, 기득권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동 법규가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경제 활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민노총으로 상징되는 귀족 노조는 폭력과 불법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기득권 적폐 세력이 돼 버렸다. 연구소에까지 강제 적용하는 경직적 주52시간제, 노조가 파업해도 대체 인력 투입이 불가능한 노동법을 놓아두고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

국회에서는 협치를 주문한다. 한국경제신문 좌동욱 기자(05.16), 〈'의회주의' 네 번 강조한 윤 대통령 "英 처칠 전시내각처럼 여야 협치해야"〉,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05.17), 〈尹이 언급한 英 협치모델- 보수당 처칠이 총리 맡고, 노동당 애틀 리가 부총리, 초당적 협력해 전쟁 승리〉. 21대 국회는 직위에 관심이 있지, 일에는 관심이 없는 국회였는데...

매일경제신문 김인수 논설위원(05.17), 〈尹대통령 취임사엔 없는 '과학하는 태도'〉, 분석이 없이 문재인 청와대처럼 윤석열 정부도 이념과 코드를 갖고 답습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은 실제 자신이 원고를 작성해 가면서 기업, 노동, 공공, 교육기관에 설득했다. 박 대통령은 당근과 채찍을 사용했다. 그 대상자는 그게 아팠다. 정곡을 찌르니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 결과 뒤로 돌아 앉아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586 운동권은 탄핵을 시킨 것이다. ‘협치’가 이뤄졌다면, 그들도 무리수를 두지 않고, 그렇게 5년 지나갔을 것이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를 읽던 중에 문득 떠오른 질문이다. 윤 대통령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입장을 조정·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지성주의"라고 했다. 반면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건 반지성주의"라고 비판했다. 과학에 기반해 의견을 조정·타협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뜻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과학하는 태도와 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의견을 도출해야 과학이 되는 것일까. 위대한 물리학자 에드윈 허블이 1938년 칼텍(캘리포니아공과대)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이 기억난다. "과학자는 건강한 회의주의, 판단을 미루는 자세, 올바른 상상력을 발전시킨다." 과학자는 상상력을 발휘해 가설을 세운다. 그는 자기 가설이 옳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판단을 미룬다. 그 가설이 검증의 대상이라는 것을 당연시한다....장차관 인사를 예로 들어보자. 대통령은 안배 없이 능력만 보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28명의 차관 중 여성은 겨우 2명이다. 장관 후보자 18명 중 여성은 3명이다. 이번 인사대로라면 '한국에서 능력을 기준으로 장차관을 뽑으면 90%는 남성'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겠다. 과학은 그 가설이 옳은지 검증할 것을 요구한다. 심리과학에서는 그 가설이 틀릴 수 있다는 증거가 여럿이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대통령이 남자이고, 그가 긴 세월 일한 검찰은 남성이 압도적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여성보다 남성을 높이 평가하는 편향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장차관 인사가 그 결과물일 수 있다. 장차관을 남자로 채우는 인사가 옳은지 의심하고 검증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과학이 아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자리와 일에 순서를 아직도 명료하게 하지 않는다. 매일경제신문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05.16), 〈일자리, '일'과 '자리'를 구분하자〉, 문재인 정부 5년은 자리싸움하다 끝났다. 국민은 불만이 많다. 21대 국회의원을 통해 그걸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2기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사이 기업은 죽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일자리기 정책이 제대로 나올 이유가 없었다. 그건 결과적으로 러시아, 중공, 북한과 같은 또 다른 국가주의로 간다. “일자리는 항상 중요하다. 국민 개개인에게는 경제적인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를 확보하는 수단이고, 국가의 위정자에게는 정책적인 성공과 정권의 연속성을 가늠하는 잣대이다. 새로운 정권의 출범으로 사라졌지만, 오죽하면 대통령의 최측근에 일자리 수석까지 있었을까. 그러나 그 중요성만큼 그 실체를 들여다보는 노력은 부족했다. '일자리'라는 거부하지 못할 거대한 주제 앞에, 무력하게 또는 무심하게 그냥 그저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들여다보면 나누어지고, 들춰보면 나름 구분된 명제가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 '일자리'는 '일'과 '자리'의 합성어이며, 이 둘은 합해지기 전에도 각각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단어이자, 사실 마냥 합하기에는 서로 어색한 이질감이 스며 있는 단어이다. 이제 구분하여 들춰 들여다보자. ...아무리 목청을 높여 '고용창출'을 외쳐도 정부가 창출하는 것은 '자리'가 아닌 '일'이다. 이전의 정보화 근로사업이나, 최근의 디지털 뉴딜 등 각종 뉴딜은 엄밀히 말해서 일거리, 즉 일을 제공하는 정책사업이다. 그 일을 수행하는 '자리'를 만든 거 아니냐고? 아닌 게 아니다. 일을 수행하는 단기적인 직무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중장기적인 '자리'와는 거리가 있다. 더욱이 정책사업으로 창출된 일자리, 아니 일거리는 대부분 단순 업무로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군침 흘리는 일이 아닌가.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공무원 자리를 늘리는 것 외에는. '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역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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