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월헌 海月軒, 아계 이산해, 44.0×137.0cm
▲ 일신헌 日新軒, 소우 강벽원, 47.8×86.1cm
▲ 운암석실 雲岩石室, 석파 이하응, 43.0×125.5cm
▲ 양정당 養正堂, 퇴계 이황, 52.7×85.2cm(세로×가로)
▲ 소요당 逍遙堂, 미수 허목, 63.8×136.3cm
▲ 만산 晩山, 석파 이하응, 33.4×71.8cm
▲ 귀래정 歸來亭, 고산 황기로, 40.5×97.5cm(세로×가로)
▲ 관물당 觀物堂, 퇴계 이황, 60.5×108.8cm
한국국학진흥원 현판 수장고 내부

 

▲ 현판 전시실 내부
▲ 유교문화박물관 현판전시실 내부

경상북도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 '현판전시실'에서 12월 31일까지 관람 가능
 - “한국의 편액” 아태 기록유산등재 1주년 기념 특별전 개최

  조선시대 현판은 그 이름이 지닌 의미로 인해 선비문화를 이해하는 매체로 주목되어 왔다. 지난 2016년에는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에서 수집한 현판이 그 가치가 인정되어 아시아 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현판의 글씨에 주목해서 소장 현판 1,300여장 가운데 54점을 엄선한 것이다. 고려 말 송설체로 이름을 날린 행촌 이암(1297~1364)으로 부터 일제 강점기에 『노정서결』이란 서법 이론서를 남긴 소우 강벽원(1859~1941) 등 모두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필의 진품 명품이다.  

○ 글씨는 마음[心法]의 표현 

  조선시대 선비들은 글씨를 써 가는 과정에서 인격 수양을 중요시했다. 퇴계 선생도 마음을 기르는 방법으로 글씨 쓰기를 매우 중요시 했다. 한 점 한 획을 긋는 데도 거기에 마음을 두었다. 성품이 그대로 묻어난 ‘역락서재’· ‘관물당’·‘양정당’ 등의 현판 글씨는 엄정한 짜임과 꼿꼿한 필치, 도학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글씨가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일까? 글씨가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다는 명언에 새삼 동의한다. 퇴계선생의 글씨와 그 학문을 따로 떼어 설명하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 나무에 새긴 조형 예술 

  나무 조각에 새긴 현판 글씨는 감상의 대상으로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다. 현판의 형태나 색채, 새김의 표현에서 글씨가 발산하는 조형적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추사 김정희의 ‘화수당’·‘사서루’ 현판 글씨는 서예 작품과는 또 다른 감감과 응결성이 농축되어 있다. 흥선대원군의 ‘운암서실’현판은 서예의 예술미와 철학성 뿐 아니라 전통적 감각의 조각 예술이 살아 숨 쉰다. 법도에 구속받지 않는 작가의 예술적인 경지가 현판에 온전히 드러나 있는 셈이다. 각수에 의해 재창조된 역동적인 현판 글씨는 서예와는 또 다른 조선 선비의 다양한 정신적 경계와 예술적 상상을 자아낸다.  

○ 전통 현판의 가치와 보존 

  현판은 건축물과 공간의 기능을 드러내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메시지는 이면에 성찰을 향한 건물 주인의 구도 정신이 담겨있고, 외면에는 문자예술로서의 조형적 미감이 존재한다. 당대의 정서와 문화를 담고 현판. 장인의 예술혼이 응결된 현판. 지금도 여전히 소통하고 공감하는 친근한 오브제로서 다른 유산에 비해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한국국학진흥원이 특히 현판의 수집 보존과 목판 문화의 계승발전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운치 있고 좋은 가을에 유교문화박물관을 찾아 꿈틀대는 선현의 글씨를 감상하는 것도 소담한 전시에 기품 서린 힐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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