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성명] ‘(미국) 국회’, ‘바이든’이라는 악의적 보도

침소봉대, 견강부회, 아전인수... 한국 기자들이 보도 업무의 특성을 자조적으로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과 뉴욕 순방에 대한 MBC의 보도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말들이다. 더 문제인 것은 보도에 ‘악의’를 담아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본질이라고 할 수 없는 자극적인 가십에 집착하는 옐로 저널리즘의 속성까지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의 사적 대화를 대서특필

MBC는 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의 여러 절차 가운데 하나인 참배를 못 한 것을 문제 삼아 큰 무례라도 저지른 듯 지상파 방송사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문제 제기를 하더니 (정작 상주인 영국 측에서 불쾌해하거나 문제 삼았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나오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대통령의 사적 대화를 문제 삼아 외교참사라고 앞장서서 대통령 비판에 열을 올렸다.

물론 아무리 혼잣말 혹은 사적인 대화라고 해도 공개된 자리에서 대통령이 비속어를 쓴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그 말을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종의 가십으로 소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사안인데, 정색하고 메인뉴스에 4꼭지나 할애해서 다룰 만한 사안인가? (KBS와 SBS는 각각 1꼭지 보도함)

불분명한 음성의 단정적 보도는 ‘악의’

문제는 보도에 지나치게 정치적 편향성과 악의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MBC는 낮뉴스부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자막을 넣어서 보도했다. 사실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도 잘 들리지 않는 사적 대화인데 이 같은 자막이 있으면 자막대로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또 하지도 않은 ‘미국’이란 말을 덧붙인 건 무리한 편집이었다. (미국은 국회가 아니라 의회다.) 회사 안팎에선 MBC가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노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국 국회 야당에 대고 한 말이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다시 들어보시라. 불명확한 부분을 제외하면 “(한국) 국회에서 (저개발국 1억 달러 지원안을)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내가) 쪽팔려서 어떡하냐?”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 야당 의원들을 XX라고 칭한 건 물론 비난받을 만하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보다 더 나서서 이 사안을 침소봉대하는 공영방송 MBC의 편파적 행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문제 걱정이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

MBC는 뉴스데스크 보도 말미에 의례적으로 “외교문제로 비화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라는 것인가? 이정은 기자는 진정 이런 해프닝이 외교문제가 될 거라 보는가? 그리 바라는 것 아닌가? 지난 정부 때 한미 동맹의 근간인 합동군사훈련도 못 하게 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한 마디 우려도 안 내놓던 MBC가 할 말은 아닌 듯싶다.

게다가 미국 의회나 백악관에서 기분 나빠했다거나 한미 외교문제가 될 거라는 미국 내 언론보도가 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미 의회를 idiot(바보)이라 칭했다”, “these fuckers(새끼보다 훨씬 심한 욕설)” 등등의 오역된 가십성 보도만 있었을 뿐이다. 1차 원인 제공은 대통령이지만, 우리 언론의 과한 대응도 일정 정도 역할을 한 셈이다.

박성호 국장 등 보도책임자들에게 묻겠다. 당신들이 정말 우리나라 국격을 걱정하는가? 해프닝을 참사로 부풀려 대통령 얼굴에 침을 뱉고 싶은 것 아닌가?

이 마당에 한 가지 더 묻자. 당신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한 번이라도, 건전한 비판이라도 비판 보도를 한 적이 있으면 알려달라. 설마 문 전 대통령이 무결점이기 때문이라고 답할까 두렵다. 당신들의 대통령은 여전히 문재인이고, 윤석열은 적들의 대통령인 듯 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중잣대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지나치고 일방적인 정치적 비판은 결국 갈라질 대로 갈라진 민심의 골을 더 깊게 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가 사회 통합이다. 도가 지나친 ‘닥치고 비판, 악의적 비판’은 다른 한쪽의 반발을 키울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의 칼날로 돌아올 것이다. 그 원인을 MBC가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보기를 바란다. 그에 앞서 우리들의 소중한 직장 MBC부터 망치고 있다는 걱정부터 해보길 바란다.

2022년 9월 23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MBC 사옥(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서울 마포구 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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