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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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균 기자)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일인 2021. 11. 27.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사(葬事)에 붙여> 라는 성명서를 통해 역사적 과오는 사과를 한다고 덜어질 수 없으며, 그런 점에서 본인 사과 여부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의절차에서 청와대와 정치권이 보여준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하였다.

특히 이런 비정상성이 북한 정권 지도자들에 대한 태도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하며, 이런 현상은 권력이 제사장이 되고, 선악의 기준을 이념이 재단하며, 시민의 양심과 사고까지 옥죄려 하는 시도로 읽힐 수 있어 우려를 표하였다.

정교모는 어떤 시대도 백퍼센트 잘못이나 백퍼센트 완벽함으로 규정될 수 없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제5공화국의 잘잘못을 공평하게 저울질하여야 하고, 그 저울질하는 자들 역시 순수하고 정직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사(葬事)에 붙여"

오늘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망으로 대한민국은 제5공화국과 그 계승 정권을 역사의 수장고(收藏庫)에 온전하게 갈무리할 책무를 안게 되었다.

우리는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을 포함하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주요 언론이 보였던 행태가 과연 공정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것인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가권력으로 시민을 살상한 죄과는 사과한다는 말로 씻을 수 없다. 백번의 사과도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역사의 법정에 정상참작은 없다. 냉철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 가벼운 혀로 국민을 조롱하여 쉽게 내뱉는 사과 이벤트를 우리는 지금도 진절머리 나게 보고 있는 중이다. 차라리 역사의 가중처벌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우직한 침묵이 더 떳떳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청와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와 달리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은커녕 조화 하나 보내지 않은 것은 옹졸함과 편협으로는 설명 안 되는 광기의 일단이다. 권력이 스스로 제사장이 되어 선악을 제시하고, 온갖 사회적 터부와 금기의 영역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대북전단금지법, 언론재갈법, 5.18 역사왜곡가중처벌법 등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이념이 깊숙이 종교화되어 시민의 양심과 생각까지 옥죄려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동족을 살상하고, 가공할 독재로 인민을 생지옥에 가둬 놓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하여는 비굴함의 극치를 보이는 집권당, 김일성 회고록의 판매는 허용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하여는 판매금지를 내린 대한민국 사법부 역시 이 광기의 시대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청와대, 국회, 사법부까지 모두 이 우화의 시대에 괴기스러운 가면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 지도자에게는 김일성 주석,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공식 호칭을 꼬박꼬박 붙여주면서 고인에 대해 "전두환씨" 라고 쓰는 일부 언론도 이 가면극의 주연이다. 우리 국민은 가공할만한 중세적 회귀, 광포한 오웰리안 전체주의의 도래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제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문제는 이 현상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객관적 역사관과는 거리가 있는 자들이 시민의 이름으로 집권세력과 야합하여 시민교육을 도맡겠다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가공할만한 중세적 회귀이다. 이제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역사의 반동을 척결해야 한다.

진실은 진실로서 가려야 하고, 정당성은 도덕적 우위로 가려내야 한다. 강압은 오히려 거짓을 진실로, 악을 선으로 보이게 한다. 어떤 역사도 0과 100 사이에 있지, 0이거나 100인 것은 없다. ‘권력’ 따위가 “역사의 진리 표준을, 개인 양심의 척도까지 독점하고 강제”해서는 안 된다.

이 사이의 지점을 냉정하게 볼 때, 미래를 위한 교훈도, 통합도 가능하다. 극단과 극단을 오갈 때 미래를 위해 내디딜 틈은 없다. 제5공화국의 성취도 대한민국의 성취였고, 거기에 대통령으로서의 전두환의 역할이 있었다면 그 점도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1980년대 중반 대한민국 경제는 연평균 11%가 넘는 성장을 했고, 1986년과 1988년 사이 주식가격은 3배 가량 상승했다. 무역은 흑자를 기록했고, 중산층은 확대되었다. 여기엔 정권 초기 대통령 단임제의 장점을 살려 인기를 의식하지 않고 물가안정에 집중했던 정책이 그 토대가 되었다. 1980년 물가안정을 위해 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이태리(1990년), 네델란드(1997년) 등 보다도 빠른 경제입법이었다.

심판의 저울에는 공과(功過)를 모두 올려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 저울을 들고 있는 자들의 민낯이 순수하고 정직해야 한다.

2021년 11월 27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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