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급網 체제가 변하고 있다."

▲조맹기 박사
▲조맹기 박사 / 前 서강대학교 교수

'세계의 공장'으로 자타가 인정을 해온 중공이 코로나19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인권침해의 주요국으로 떠오른다. 그들의 실체가 전 세계에 폭로됨으로써, 이제야 서구선진국들은 중공이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코드가 아님을 실감케 되었다. 국가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에 피해를 준 것이다. 그 여파로 중공은 국제무대에서 왕따를 당하고, 돈과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중공을 떠나게 된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 자본주의는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매력을 잃게 되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개인을 단위로 하고, 세계는 하나(oneness)의 체제(system)을 형성하고 있다. ‘지구촌’ 하에 인터넷 망은 이를 가능케 했다. 그 안에서 행위자 개인의 인권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개인은 노동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을 쉽게 팔고, 살 수 있는 유연성의 체제를 필요로 한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노동 등 규제는 그 만큼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국가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는 중공이 ‘세계 공급망’을 거부당하면서 세계는 공급망 변동이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 이심기 기자(11.18),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사가 개최한 글로벌인재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말한 내용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을 활용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꺼낸 얘기다. 그는 ‘강제적 감축 의무를 부과하거나 탄소세만을 강조하면 규제를 회피하려는 기업의 생리가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기업을 규제하고 압박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권의 그 어떤 시도도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냥 착한 기업이 돼라, 양심적인 기업이 돼라, 이런 정도의 ‘스케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최 회장의 촌철살인이다.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내재화’할 인센티브가 주어질 때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각 경제 주체의 합리적 이기주의가 극대화할수록 사회적 편익이 커지는 시장 원리와 마찬가지다. 반면 규제라는 채찍을 앞세우면 ‘회피기동’이라는 기제가 작동한다. 규제를 피해 다른 나라로 회사를 옮기는 것이다. (親중 정책을 표방한 이탈리아 기업 규제는 기업을 떠나게 만든다). 지난 2016년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는 미국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뒤 본사인 FCA를 네덜란드로 옮겼다. 낮은 법인세와 노동유연성을 찾아 117년간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이탈리아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충격은 컸다. 이탈리아 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FCA의 이전으로 세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다른 기업의 도미노 이탈을 불러오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사례는 넘친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의 경영패턴이 유입되면서 국가 자본주의에 한계가 부딪친다. 증가시킨 화폐로 망가진 생산 부분 흡수하기를 바란다. 그게 아니라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갈스톤(William A. Galston, The Wall Street Journal, 11.20), 〈생산성 높여야 인플레 잡는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다.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식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4.6% 올랐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8.6%에 달했다....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아직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가계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정부의 돈 풀기와 적은 지출 덕분에 2조달러 이상의 저축이 쌓여 있다. 소득 상위 가구들은 더 부유해져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1970년대를 기억할 만큼 나이가 많은 경제학자들은 당시 10년간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이른바 ‘자동 생계비 조정’에 의해 촉발됐다고 지적한다. 자동 생계비 조정은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현상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가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제안한 것 중에는 자동 생계비 조정도 포함돼 있다. 다른 회사들도 인력 확보를 위해 이를 따를 수 있다.”

생산성의 원리는 파슨스(Talcott Parsons)가 설명을 한다(The Social System, p.27). 그는 개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관계성을 재정립하도록 바랬다. 행위자의 통합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두 가지 상호 관계를 명료하게 했다. 그는 “급속하게 체제를 변화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그 이유로 ①개인은 유기체이며, 개성을 갖고 있어서 그렇다. 개인이 따라갈 수 없는 체제의 변동은 반드시 체제 운영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각자는 동기에 의해 역할을 최대한도로 발휘하게 하고, ②다른 사람 및 다른 체제와의 관계를 최소화하도록 바랬다. 서로 돕는 차원에서 조력을 하는 편이 적절하다.”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체제의 일탈이 일어난다고 봤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공과 북한에 밀착하면서, 체제 붕괴의 우려를 자아낸다. 개인의 행위자가 일탈을 하는 수준에 이른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급속히 뭉개고 있는 것이다. 생명, 자유, 재산 등 기본권까지 뭉개되 있다. 문화일보 사설(11.19), 〈李후보, 反시장 국토보유세도 기본시리즈도 접으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全)국민 코로나 지원금 주장을 철회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전국민 지원금은 재정 효율이 낮고, 소득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원천적 문제점이 확인된 상태다. 당장 재원 확보도 어렵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세금 납부 유예 등 불법적 방법을 거론하고, 국정조사로 위협하는 행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시장경제와 법치의 기본조차 파괴할 수 있다. 여기에다 국민 여론마저 등을 돌렸다. 또, 오는 21일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충돌 상황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 세력 후보라면, 야권 후보들보다 국정 책임감을 더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는 반대였다. 국토보유세, 음식점 총량제, 룰 지키지 않는 행태 옹호 등 최근에도 반(反)시장·반헌법 주장을 이어갔다. 국토보유세는 원론적으로도 문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국민을 10 대 90으로 편 가르기 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토지와 주택을 불로소득으로 보는 발상부터 잘못이다. 다수가 혜택을 본다며 소수의 재산에 약탈적 조치를 하면 인민민주주의로 흐른다. 비록 1%가 대상일지라도, 대중 환호를 앞세워 재산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이 후보의 ‘일산대교 무료화’가 법원에 의해 곧바로 뒤집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견제 받지 않는 공권력에 불만을 품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을 방해하는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진다. 국민은 정부 여당의 더 이상 포퓰리즘에 익숙한 행동에 반기를 든다. 조선일보 사설(11.20), 〈나라 망칠 포퓰리즘 거부, 한국민은 그리스·아르헨과 다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철회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만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이 후보는 야당 반대와 정부의 비협조를 이유로 댔지만, 사실은 현명한 국민의 벽에 부닥친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0%가 전 국민 지원금을 반대했다. 매표를 위해 내놓은 공약인데 선거에 도움이 안 되니 접은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포퓰리즘 덕을 톡톡히 봤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통해 24조원대 선심성 지역 개발 사업을 각 시도에 나눠주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하는 동시에 선거 이틀 전에 아동수당 1조원을 미리 뿌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표 직전에 재난지원금 지급을 국민에게 일부러 상기시키기도 했다. 현금 살포는 선거 압승에 크게 기여했다...실제로 많은 나라의 국민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넘어갔고, 그런 나라는 예외 없이 쇠락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매주 방송에 나와 서민 생활고를 덜어주는 온갖 복지 선물을 내놨다. 결국 나라가 망해 국민 수백만명이 해외로 탈출하고 남은 국민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지옥이 됐다.”

국가의 방향을 다시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김천식 前 통일부 차관(11.18), 〈공급망 재편, 더 뒤처져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 이후 대한민국號는 세계 시장에 왕따를 당하고, 국가의 방향을 상실한 것이다. “요소수 때문에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사태는 특정 물자의 수급 문제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미·중 경쟁과 진영의 재편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중국의 어느 관영 매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가지고 있는 중국의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이에 대항하면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수입품 중 31.3%에 해당하는 3941개 품목이 특정 국가에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고, 우리나라 경제가 외부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초토화될 수 있는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의 세계화에 익숙해져 이런 위험성을 잊고 있었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의 핵심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장기간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세계의 공장이 됐다. 중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래 패권국가를 꿈꾸며 미국과 경쟁 관계로 올라섰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외교·군사·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공급망 재구축에 나서고 있다....우리는 탈냉전과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북방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다. 그 핵심 요소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한·중 협력은 양국이 세계화의 흐름에 동참함으로써 비약적으로 확대됐으나, 남북관계의 변화는 북한의 저항으로 인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는 또다시 세계질서 전환의 광풍 앞에 섰다. 우리는 더는 세계화에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우리가 이런 문명사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초일류 국가로 가거나 삼류 국가로 떨어질 것이며, 국가의 성격과 문명의 선이 달라지게 된다. 이런 근본적 변화를 냉철하게 관찰하고 그 변화를 선용해 국가의 도약을 추구하는 행동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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