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를 사실상 폐기하려는 정부의 몰지각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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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로고

통일부는 지난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역대 정부의 유연화와 예외 조치를 거쳤기 때문에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5·24 대북제재’에 대해 “남북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10년 전에 내려진 '5·24'조치를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선언인데, 정상적인 정부라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언어도단의 비굴하고 졸렬하며 위험하기까지 한 처사이므로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

주지하듯이 5·24 조치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를 사살하고 우리 해역에서 천안함을 폭침한 만행에 대하여 내려진 제재인데, 북한은 책임을 인정한 적도 이에 대해 사과한 적도 없다. 그런데 제재조치를 취하였던 대한민국 정부가 아무 문제해결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교류·협력’ 운운하면서 이를 무력화한다는 것은 용서를 빌지도 않는 악행에 대하여 피해자가 먼저 면죄부를 주면서 교류·협력을 구걸하는 비굴한 모양새를 결코 피할 수가 없다. 북한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아무런 실익도 없이 자유서방세계와 마찰만 일으키기 십상이란 점에서도 졸렬하기 짝이 없는 아부이자 굴복으로 치부될 뿐이다.

이와 같은 국가위신의 실추보다 더욱 위험한 문제는 정부의 이런 허무한 백기투항이 북한에게 아무리 사특한 비행을 저지르더라도 뭉개고 기다리면 결국 유야무야되고 만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전해져 북한의 불법과 도발을 부추기고 격려하는 결과가 되어 더욱 많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더욱 큰 우리 국익의 희생을 초래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나아가 5·24 조치를 앞장서서 허물어온 정부가 이제 다 허물어졌으니 폐기한다니 그 후안무치함과 자가당착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유용하고 당당한 정책전환이라면 공식적으로 폐기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남겨둔 채 ‘교류·협력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국민을 속이려고 얼버무릴 까닭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2020. 5. 22.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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