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대표제의 위헌성

▲ 김영균 대진대 명예교수
▲ 김영균 대진대 명예교수

선거권의 의미

선거권(選擧權, suffrage) 또는 투표권(投票權, right to vote)은 선거에서 투표를 할 권리로서 다수의 선거인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집합적 행위이다. 선거권을 의미하는 말 서프레이지(suffrage)는 "정치적으로 지지하다" "투표하다" 라는 뜻의 라틴어 수프라기움(suffragium)에서 유래했다. 선거권의 권리성에 대해서는 학설상 논란의 여지가 있고 그 권리성을 부인하는 설도 있으나, 권리성을 인정하는 것이 통설이다. 헌법에 의하여 바로 나오는 구체적 권리인 기본권으로 보호되는 개인적 공권으로서의 국민투표권과 법률에 의하여 지방자치법상 인정되는 주민투표권이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주민투표권을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으로 보고 있다.

헌법상 선거권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24조)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권에는 국회의원선거권(41조)과 대통령선거권(67조)을 비롯하여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권(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15조)이 있다. 선거권은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공권이므로 포기하거나 양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리행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러한 선거권에 대해서 의무성을 주장하는 소수설이 있으나, 도의적·정치적 의무 이외의 법적 의무는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선거권은 인권의 하나로 간주되는 참정권의 행사라는 의미에서 권리임은 분명하지만, 공무원 및 국가의 기관을 선정할 권리이며 순수한 개인권과는 다른 측면을 가진다. 선거권이란 참정권 중 하나인 선거인의 자격 즉 선거에 참가할 자격이나 지위를 가리킨다. 이것은 선거에서 투표할 권리(투표권) 뿐만 아니라, 공무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피선거권도 포함된다.

사인의 공법행위로서의 투표

사인의 공법행위란 공법관계에서 사인이 공법적 효과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국민의 투표권 행사 등의 그 예에 해당한다. 선거권 행사로서의 투표행위는 사인의 어떤 행위가 그 행위 자체만으로 일정한 법적효과를 발생시키는 자기완결적 공법행위에 해당한다. 사인의 공법행위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총칙적 규정은 없으나 사법의 일반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법률행위에 관한 민법의 규정이 적용되며, 당연히 사인의 공법행위에도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의욕하는 의사표시를 불가결의 요소로 한다. 개인의 투표행위는 투표자가 원하는 대로 법적효과가 발생한다. 공법적 행위나 사법적 행위를 불문하고 법률행위란 행위자가 의도한 행위의 효과를 법률이 시인하고, 그의 달성에 조력하는데에 법률행위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위자가 원한대로의 효과가 생기지 않는 것은 투표행위가 아니다. 의사표시는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원하는 의사의 표시이며, 표의자가 원하는 대로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이와 같이 사람이 자기의 법률관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표시의 중요성이 있다. 그러나 선거에는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에 관한 법리나 하자있는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위헌성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예컨대 A정당이 1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전체 의석의 10%를 A정당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방식이지만, 소선거구에서의 당선 숫자와 무관하게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그 다음 정당득표율로 각 정당들이 의석수를 나눈 뒤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할 경우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게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50퍼센트만 지지율을 반영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이 남을 공산이 크다. 그러면 남은 의석수는 정당별 지지율로 나눠서 다시 배분하게 된다. 문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나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가져가는 부분이 투표권자가 원하지 않는 후보자라는데 있다. 투표권자는 A라는 자를 특정하여 투표라는 공권을 행사했는데, 그 표가 B라는 후보자를 당선시키는데 쓰여졌다면, 이 투표행위는 당연무효가 된다. 법률행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고 하고"“국민에 의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지도자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거권은 스스로가 공무원 및 국가의 기관을 특정하여 선정할 권리이다. 선거공식을 조작하여 당선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국민 스스로가 지도자를 결정하는 것이 될 수 없다. A라는 법률행위를 하였는데, B라는 엉뚱한 법적효과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선거라고 할 수 있나? 공정한 선거는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다. 숫자조작에 의한 민주주의는 날조민주주의이며, 선거가 아니라 민주주의 入棺式(입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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