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비례벌금제도

▲ 김영균 대진대 명예교수
▲ 김영균 대진대 명예교수

범죄피해자의 구제와 벌금

형법상 벌금을 범죄피해자의 구제에 목적을 두는 것이라면 완전배상을 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완전배상이란 피해를 입어 배상을 하는 경우와 피해를 받지 않은 경우와의 사이에 피해자를 차별하지 않는 것만을 배상금액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법에 있어서는 완전배상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 완전배상은 이론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다리를 절단한 경우에 그 배상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의 다리를 판매하는 시장은 없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결정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형법에서 부과되는 벌금은 피해자 구제보다는 범죄의 억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범죄의 최적억지와 효율적형벌

벌금형이란 가해행위를 하여 벌금을 지불하는 경우보다도 가해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하여 지불토록 하는 금전이다. 즉 범죄의 억지가 벌금형을 가하는 이유인 것이다. 범죄자는 범죄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이 보통이며, 사회에 대하여 여러 가지 비용을 야기시킨다. 범죄자는 어떤 사람에게는 이익을 얻지만 피해자는 신체나 재산에 대하여 피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국가나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자원을 투하한다. 예를 들어 주택의 소유자는 범죄자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쇠창살을 달거나 경찰관이 순찰을 돈다. 이처럼 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범죄에 의하여 야기된 손해와 그 예방을 위하여 투하되는 자원의 2가지 종류가 있다. 정상적인 경제이론에 따르자면 벌금은 범죄를 야기하는 비용으로부터 범죄자의 이익을 차감하여 산출한다. 그에 따르면 범죄의 순 손해는 범죄에 의한 직접 손해와 간접손해의 합계로부터 범죄의 이익을 뺀 것이 벌금이 되어야 한다. 민사법에 있어서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지출에 의하여 피해자의 후생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형법에 있어서 처벌은 피해자의 이익을 직접적인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가해자를 보다 불리한 상태에 두는 것이다. 민사적 손해는 사적이익만을 침해하지만 형법의 영역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다. 그러므로 벌금형의 정도는 손해배상의 목적으로 범죄의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억지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수준의 벌금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산비례벌금제도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총액벌금제도를 마련하여 피고인의 자력에 관계없이 총액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조국 신임법무장관이 재산의 소유정도에 따라 벌금형에 차등을 두는 재산비례형벌제도를 도입하겟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형벌은 국민의 재산과 명예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범죄를 억지하는데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부과되어야 하지만, 6개월 이하의 단기자유형은 범죄자의 개선 내지 사회복귀에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라 벌금형, 과태료처분과 같은 재산벌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단기자유형을 벌금형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범죄자의 재력에 따라 형벌효과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즉, 돈이 많은 재력가에게 벌금형은 범죄억지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징역형의 경우 법익침해의 경중에 따라 징역 3년, 2년, 1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되어 있으나 벌금형의 경우에는 모두 500만 원 이하로 되어 있어 벌금형은 법익에 전혀 비례되지 않게 규정되어 있다. 이 경우에 부과되는 500만원의 벌금은 매일 일당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따라서 범죄억지효과는 확실하다. 그러나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부자에게는 범죄를 망서릴 정도의 금액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두들겨패고 개값을 물어주겟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사람을 폭행하고 돈봉투를 던져주는 사례도 있었다.

재산비례형 벌금제도는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가해자의 재산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가해자가 본인 명의가 아니라 법인 등 타인 명의로 재산을 은닉할 것이므로 일수벌금제의 경우와 같이 자력 등 범인의 경제사정을 기준으로 정하여 산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그러나 재력가들의 범죄의 고의를 억지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본인의 재산, 특히 은닉재산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않고, 노역장 유치제도를 악용하여 벌금납입을 회피하는 황제노역이 불평등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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