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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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영진은 기어이 과거 경영진 시절 전임 간부들에 대해 해고를 포함해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이 조치는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결론이 날 것으로 믿습니다만, 이번 결정을 통해 지금 경영진과 그들이 표방하는 소위 진보집단의 새로운 밑바닥을 확인하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모욕입니다.

KBS기자협회 내에서, 그것도 협회원이 협회 지도부와 협회 운영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을 회사가 처벌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자가 자신이 듣기 싫은 말을 듣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자협회는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성역인가요? 보직을 갖고 있는 협회원은 협회의 운영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할 수 없는 것인가요? 징계 대상자가 다른 직원에게 성명에 참여하도록 권유를 했는지, 했다면 어떻게 했는지 실체적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어떠한 생각을 공유하고, 그에게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데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만약 그들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느낀다면 기자협회는 얼마든지 성명을 통해서 반박을 할 수 있고, 기자협회는 실제로 그렇게 해 왔습니다.

KBS는 오랫동안 사장마저도 협회와 노동조합의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회사입니다. 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생각만 옳고, 자신들과 다른 생각은 발표하면 안되며, 이를 누군가에게 권유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공산주의와 군사정권에서 흔히 보는 사상통제와 언론 말살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자의적이며 객관성이 결여돼 있습니다. 회사는 징계처분의 근거로 ‘직장내 편가르기 효과를 발생’시켰고, ‘KBS기자협회 정상화 모임 참여 여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해석에 기초한 겁니다. 봉건시대에 끊이지 않았던 무고와 마녀사냥은 법치주의의 원칙이 확립되기 전 누군가의 의도와 해석에 근거해 현상을 마음대로 판단해 발생한 인류의 불행이었습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이런 시대착오를 다시 목도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월권입니다.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자협회 내부의 일에 대해 회사가 그 협회의 특정 그룹을 징계하겠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것 등을 근거로 기자협회가 회사의 공식기구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기자협회가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대받은 것일 뿐, 기자협회가 회사의 위계구조, 책임, 권한에서 벗어나 있는 임의조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삼권분립 혹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도 벗어납니다. 공조직뿐만 아니라 주식회사 등에서도 감사 기구를 독립적으로 두는 것은 조직의 위계에서 독립된 조직만이 조직의 운영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징계 등의 행위에서도 합리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징계는 지금 사장을 포함한 파업 세력이 파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공언했던 정치보복이 구체화된 것이며, 그 보복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사장의 지배하에 운영된 KBS진실과미래위원회 조직의 조사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 조직도 운영규정이 법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을 어겼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적법성 논란을 가져온 불충분 조건의 조직입니다. 그 조직의 판단만으로 직원을 해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행위는 근대 의회와 사법권력이 분리되기 이전 황제나 왕이 멋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었던 전 근대 봉건시대에나 어울릴만한 것입니다.

프랑스혁명을 전후한 근대 혁명의 역사에서 민중들이 가장 증오했던 것은 누군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나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굴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적폐였으며, 그것을 청산하기 위해 인류는 법치주의와 다원성, 관용성, 언론의 자유, 삼권 분립 등의 가치와 장치를 발전시켜왔습니다. 결국 경영진이 저지른 행위는 입으로만 소위 진보를 외치는 집단이 실제로는 얼마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권력이 교체된 이후 공영방송 사장을 무리하게 해고한데 이어, 마녀사냥과 무고의 방식으로 정치적 관점이 다른 사람에게 자의적인 해고의 칼날을 들이댔습니다. 이 행위가 5년 후 혹은 10년 후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우리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세력들이 입으로는 다원성을 외치고 똘레랑스를 중얼거립니다.

민주주의를 외치고,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숭고한 이념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정치권력을 획득하거나 그 권력에 기생해서 이익을 취하는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대로 하지 못했던 데 대한 분풀이와 보복에 심취한 듯한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KBS 직원 여러분! 이것이 정말 여러분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회사의 모습인지요? KBS 앞에 닥친 수많은 위기의 징후를 외면한 채 내부 싸움만을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는 우리 사회가 소위 진보 보수의 간극을 좁히면서 사회적 갈등을 좁혀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게 공영방송의 타고난 숙명이며, 이 회사의 존립 근거입니다.

이 광기를 끝내야 합니다.

2019년 7월 2일

KBS이사 서재석 천영식 황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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