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밤 11시대에 시사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개그맨 김제동 군이 진행을 맡을 것이란 보도가 있다(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보도 인용). 참으로 통탄할 일이요, 기상천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중심 채널임을 슬로건으로 내건 공영방송 KBS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세계적인 공영방송 NHK나 BBC가 뉴스나 시사쇼 프로그램 진행을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에게 맡긴 적이 있는지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뉴스든 시사쇼 프로그램이든 프로그램 진행자의 자격은 곧 해당 프로그램의 품격·성격과 결부된다. 일부 상업방송이나 종편방송이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을 등장시켜 흥미 위주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희화화(戱畵化)하고 시시껄렁한 잡담 방송으로 만들어 프로그램을 저질로 만든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BBC나 NHK 같은 권위 있는 공영방송이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에게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겼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시사 프로나 뉴스의 진행자는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뉴스와 시사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논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공정성이 전제 돼야 한다. 어느 한쪽 패거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유치한 말장난이나 하거나 편파적인 입담으로 말썽을 일으킨 자는 적임자가 될 수 없다. 뉴스나 시사 프로는 외교·국방·경제·남북 문제·북핵 문제·인권 문제·난민 문제·해양·원전·환경·기후 문제 등 다양한 내용들이 주제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뉴스나 시사문제에 전문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자가 과연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면 방송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해박하고 전문성을 가진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KBS의 시도가 옳은 판단인가 아니면 그야말로 코미디 같은 발상인가는 금방 판단이 될 것이다. 뉴스든 시사쇼든 말장난이나 하고 웃기기나 하는 자들을 공영방송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내세우려는 시도는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과 방송 본연의 사명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기자들과 공정방송노조원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KBS는 뉴스가 아니고 PD들이 만드는 시사쇼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렇다면 더더욱 난센스다. 시사쇼가 어디 예능 프로그램인가? 뉴스와 시사 문제는 예능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예민한 문제이다.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운명과도 연관되는 아주 중차대한 명제도 있다.

KBS 안에는 훌륭한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유능한 자체 인력이 수두룩하다. 이런 자사 인력을 팽개치고 프로그램당 수백만 원의 출연료를 지급해가면서 외부 개그맨을 기용하려고 하는가? KBS 프로그램 제작비는 국민들이 내는 시청료로 충당된다. 세월호 사고 당일,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놀아난 자가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되더니 기껏 한다는게 고작 개그맨을 시사쇼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만들어 엄청난 제작비를 선물하는 건가? KBS맨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2018년 8월 1일 게재

조갑제닷컴, 문무대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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