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균 교수(대진대 공공인재법학과)
김영균 교수(대진대 공공인재법학과)

- 헌법개정권력 -

 헌법은 원래 국가기관의 조직과 구성 및 권력의 행사방법, 권력기관 상호관계 및 활동범위를 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대입헌국가에서는 봉건적 전제군주에 대항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쟁취하였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에 의하여 전제군주의 통치권을 제한하고 헌법이라는 사회계약을 통하여 국가권력을 제한하였다. 입헌주의는 국민주권주의와 결부되어 있다.

국민주권주의는 국가권력을 국민이 소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하며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련된 사항은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의 의결을 거처 입법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는 반드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야 한다. 프랑스 정치사상가 시에예스는 「국민의 대표가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도 국민은 주권을 放棄한 것은 아니다.

국민은 대표에게 권력을 위임하고 있고, 대표는 헌법을 통하여 위임받은 범위내에서 통치권을 행사함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국민은 통치자에게 권력의 소유권을 넘겨준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권력을 맡겨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위임인인 국민이 의도하는 뜻이 무엇인가를 파악함에 있어 어리버리하여서는 아니되며 약삭빨라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뜻을 맘대로 해석하며 건방을 떨어서는 아니된다.

  헌법개정권력은 개헌권이라고도 하며, 헌법을  개정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은 군주제헌법에서 공화제헌법으로 변천되었다. 군주제 헌법에서는 헌법개정권력을 군주가 가졋으나 입헌군주제 하에서는 의회가 헌법개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대의제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의 대표기관은 의회가 헌법개정권을 가지고 있으나, 직접민주제 국가에서는 국민이 헌법개정권을 가진다.

국민주권국가에서 헌법의 제정권자는 조직화되지 않은 전체로서의 국민이지만, 헌법개정권은 제정된 헌법에 의하여 국민투표권이라는 이름으로 조직화된 국가기관으로서의 국민 혹은 그 대표자가 개정권을 가진다. 헌법개정권력은 헌법제정에 의하여 제도화된 권리이므로 헌법이 정한 개정절차와 방법에 따라야 한다. 국민주권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여론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여야 하며, 헌법개정의 절차와 방법을 존중하지 않고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헌법의 개정은 무효이다.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절차는 헌법개정의 제안, 헌법개정안의 공고, 국회에서 심의 의결, 헌법개정안의 확정, 대통령에 의한 공포 및 시행의 순서에 의한다.

  헌법개정은 국회만이 발안권을 가지는 경우, 국회와 국민과 정부가 가지는 경우, 국회와 정부가 가지는 경우, 국회와 국민이 가지는 경우 등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헌법 제128조 1항에 의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한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국민투표조항을 통하여 헌법개정을 단행하는 것은 위헌이다. 그것은 헌법의 개정을 일반법률의 제정과 개정절차보다 더 어렵도록 하고 있는 경성헌법의 정신에 어긋나고,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질서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공고절차가 생략되는 등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국회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헌법의 개정이 위헌이 된다고 하는 것은 헌법을 개정함에 있어 국민의 여론이 충실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강조한 것으로 국민주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개헌의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형식만 갖추어 개헌을 한다면 그 내용이 어떠하건 간에 유효하다 할 수 없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정에서는 참주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적어서 던졌다. 도자기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10년간 국외로 추방되었다. 이를 도편 추방(陶片 追放, 그리스어 οστρακισμός ostrakismos)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위험한 인물을 제거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10년간의 국외추방은 어쩌면 약과일지로 모른다. 국민의 분노가 극심할 경우에는 추방에 그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무릇 통치권자는 국민들로부터 사금파리를 얻어맞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민은 대표에게 권력을 위임하고 있지만 주권을 放棄한 것은 아니다. 헌법을 개정함에 있어 국민의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헤아리는데 동물적 감각까지 동원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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